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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7 민영의료보험 감싸고 도는 언론의 이중성 또는 모순
  2. 2007.12.27 "한국 강바닥엔 금이라도 박혀있나"

원본: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370


건강보험을 공격하던 언론들이 민영의료보험의 횡포에는 유난히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민영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들 언론은 공공복지를 축소하고 사적복지를 강화하자고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다. 우리나라는 복지 기생이 문제가 아니라 복지 이탈이 문제다.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정부는 간섭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이를 언론이 부추기고 정치권이 동조하는 국면이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할 때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공개했다. 주요 언론이 이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보험에 가입할 때 최근 5년 이내 앓았던 질병이나 치료 사실 등을 반드시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린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경우 정작 질병이 발생해도 보험금을 받지 못하거나 아예 보험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서면으로 과거 병력 밝혀라, 안 그러면 보험금 못 준다

대부분 언론이 단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이는 꽤나 심각한 사안이다. 이를 가입자의 고지의무라고 하는데 실제로 고지의무를 둘러싼 보험 분쟁 사례는 숱하게 많다. 일단 가입을 받아 놓고 정작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때는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버틴다는 이야기다. 보험사에서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받고 가입했더라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할 수 있다.

   
  ▲ 매일경제 12월12일 16면.  
 

질병이 발생했는데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면 뭐하러 비싼 보험료를 달마다 낸단 말인가.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보험사들이 이런 함정을 악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적당히 가입을 받아주고 문제가 없으면 보험료를 받아 챙기는 거고 발병을 하게 되면 고지의무를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해 금감원에 집계된 보험분쟁 민원 2만7171건 가운데 보험모집과 관련된 미원이 5900여건, 전체 21.7%를 차지했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보험사에서 기왕증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흔하다. 한번이라도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간 사실이 있다면 보험사는 온갖 의료 기록을 뒤져 이를 찾아내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구실을 만들어 낸다. 보험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당연히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민영 의료보험에 이처럼 구멍이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장조건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치매를 보장하는 상품의 경우 기질성 치매와 외상성 치매를 모두 보장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뇌경색도 뇌출혈 뿐만 아니라 다른 뇌질환까지 포함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유방암이나 갑상선암 등 조기 진단이 쉬운 암에 대해서는 보상한도를 10~20% 줄인 사례도 있다.

약관에 적힌대로만 아파라?

문제는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적힌 보험약관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이런 조건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내가 뇌전동맥 협착에 걸릴지 비외상성 두개내 출혈에 걸릴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내가 가입하는 보험이 뇌전동맥 협착만 보장하고 비외상성 두개내 출혈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암 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막상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나서도 보험회사와 암이냐 아니냐를 놓고 분쟁을 벌이는 일도 흔하다. 의사가 진단서에 확정진단이 아니라 임상추정이라고 기재했다면 보험금을 못받게 될 수도 있다. 확정진단을 받지 않고 사망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약관에 있는대로만 아파야 한다는 이야기다. 갑상선 종양에 걸렸는데 절개수술의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되고 고주파열치료술의 경우는 지급되지 않는 약관도 있다. 보험소비자협회에 따르면 약관과 다르다는 이유로 보험사기꾼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백혈병 환자의 경우 중심정맥관 수술을 수술로 인정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을 하기 전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수술인지 약관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는 18조7천억원, 진료비로 돌려받은 보험금은 21조6000억원이다. 1000원을 내고 1115원의 보험혜택을 받은 셈이다. 부족한 보험금은 정부지원금 3조8000억원으로 충당됐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0% 수준이다. 보험료를 제대로 내면 병원비의 60%를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내준다는 이야기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민영의료보험 시장은 연간 1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건강보험 재정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만약 민영의료보험에 들어갈 보험료를 건강보험 재원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전 국민 무상의료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민영의료보험과 사적복지의 비용을 감안하면 무상의료는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민영의료보험 들어갈 돈으로 건강보험 확대하면 어떨까

2004년 기준 우리나라 암 질환 의료비는 2조1천억원 규모다. 건강보험공단이 1조원을, 환자들이 1조1천억원을 부담했다. 우리나라 암보험시장은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그 3분의 1만 건강보험 재원을 늘려도 건강보험으로 암 질환을 100% 무상 진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도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핵심은 우리 모두가 조금씩 더 부담하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감기 한번 걸려 병원에 가면 3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미국식 의료제도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병원비가 무서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치료를 받고 난 뒤 담을 넘어 야밤 도주를 해야 하는 끔찍한 미국보다 우리는 그나마 낫다. 조금만 살펴보면 이처럼 민영의료보험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은 공공의료를 넘어 장기적으로 무상의료로 가는 유일한 대안이다. 아울러 저소득 계층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언론은 막무가내로 건강보험을 비판하면서 정작 민영의료보험의 횡포에는 한없이 너그럽다. 수많은 보험 분쟁사례들이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보험료를 다 내고도 정작 아플 때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 역시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사적복지가 공공복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 한국일보 11월23일 39면.  
 

한국일보는 11월23일 사설에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재정흑자를 유지하다 갑자기 적자로 돌아섰고 앞으로도 인상폭을 높이지 않으면 파산에 이를 지경이라니 당국의 재정운용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의 재정 적자는 그만큼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건강보험이 흑자를 내려면 그만큼 혜택을 줄여야 한다. 방만한 경영은 비판해야겠지만 언론의 건강보험 비판은 다분히 맹목적이다.

문화일보는 11월24일 사설에서 "흑자가 나면 제멋대로 쓰고 적자가 나면 국민을 상대로 보험료 인상과 혜택 축소 모두를 감수하라고 압박하면 된다는 식의 근시안으로는 지금 같은 악순환만 확대재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인상 고지서 발부에 앞서 건보공단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업무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5일 칼럼 <시한폭탄 건강보험료>에서 "건보료는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쌓여 폭발할 날만 기다리는 시한폭탄으로 변했다"며 "건보료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묘안을 내놓을 대선 후보는 어디 없을까"라고 개탄했다.

한편 주요 대선 후보들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건강보험 국고 지원율을 현행 20%에서 30%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지나친 재정압박을 이유로, 정동영 후보는 30%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 후보는 오히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외국 의료기관 유치 등을 통해 시장 친화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Posted by Kelly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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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94394

▲ 독일의 운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크라우스씨.
ⓒ 오마이뉴스 김병기

"한 마디로 미친 짓이다."

독일의 최대 환경운동단체인 '독일 환경보호연맹 지구의 벗(BUND)'에서 강의 수질을 담당하는 만프레드 크라우스씨는 단호했다.

한국의 대권 유력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제안한 경부운하 건설에 대해서다. 이 전 시장이 지난해 10월 독일 '라인-마인-도나우 운하(RMD운하)' 현장에 서서 확신에 찬 어조로 경부운하가 국운융성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역설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왜 크라우스씨는 RMD운하와 한국의 경부운하 건설 문제와 관련해 이 전 시장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BRI@우선 이 전 시장의 당시 발언에 대한 언론의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내외 학자 60~70명이 10년간 기술적 검토를 마쳤으며, 시작 후 4년 이내에 완공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제 2의 경제도약을 이루겠다. 비용은 경인운하와 합쳐 17조원 정도 들지만 준설작업에서 나오는 골재를 팔거나 민자를 유치하면 정부예산이 거의 들지 않을 것이다. 파급효과로 5000톤급 바지선을 움직이거나 부산에서 강화도까지 배가 왕래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관광 등 부가사업도 발전할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국운 재융성의 계기가 될 것이다."

경부운하 건설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경제적 타당성을 갖췄으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골자이다. 하지만 크라우스씨는 경제·환경적 관점에서 이 전 시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오마이뉴스> 기자와 생태지평 연구소 박진섭 부소장, 장지영 팀장, 양이원영씨는 지난 22일 오후 5시 베를린 쉐네베르그에 위치한 '지구의 벗'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통역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상국씨가 담당했다.

"경부운하는 한 마디로 미친 짓이다"

이날 크라우스 씨는 "운하는 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사양산업"이라면서 아직까지는 철도와 경쟁하고 있지만 운하는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 내륙선의 총 연장은 7354㎞. 이중 자연하천 운하구간이 2537㎞이고, 자연하천을 변화시킨 운하 구간은 3027㎞, 하천이 아닌 지역을 운하로 만든 구간은 1742㎞이다.

이 중 전체 구간의 10% 규모(700㎞)인 라인강 운하가 전체 물동량의 80%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운하의 비경제성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특히 반도국가인데 왜 해운을 이용하지 않냐"면서 현재 독일 운하가 처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초창기에는 700톤의 배가 운하를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3000톤의 배가 다니고 있다. 다른 운송수단과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3층으로 물품을 선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선박 높이 때문에 대부분의 다리를 부수고 다시 건설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운하가 대형화되면서 폭을 계속 넓혀야 한다. 철로는 한번 깔면 그만인데, 운하는 계속 막대한 돈을 퍼부어야 한다. 특히 운하에 비해 경제적으로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철도 시스템의 경우도 현재 물동량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운하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어 "지난 97년 6월 프랑스의 조스팽 총리는 라인-론느 운하(97년 착공해 2010년 완공 예정이었던 229㎞의 운하) 계획을 취소했다"면서 "경제성이 없다고 판명이 나면서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쳤기 때문이고, 이는 운하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운하를 움직이는 것은 경제성이 아닌 로비

▲ 크라우스씨.
ⓒ 오마이뉴스 김병기
그럼에도 독일의 운하가 유지되는 이유는? 그는 "일반 사업자들이 운하를 파면 수입이 좋다고 계속 로비를 하고 있고, 특히 건설업체와 이익단체들의 압력이 심하다"면서 "가령 EU 행정부 내에 한 팀이 구성됐는데, 거기서 이들의 로비를 받고 유럽 전체 운하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각 나라에서 운하를 팔 돈을 마련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RMD 운하가 건설된 것은 강물 흐름을 바꿔 뉘른베르그 부근 2개의 핵발전소에 냉각수를 제공려는 목적도 있다"면서 "펌프로 계속 물을 끌어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운하가 만들어졌지만, 그중 한 개의 발전소는 2년전부터 가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부운하를 둘러싼 각종 쟁점에 대한 그의 견해를 요약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쟁점①] 운하 물동량 확보 가능한가?
"독일 물동량의 65%를 트럭 등 도로운송이 차지하고 있고, 18%는 철도, 그 나머지가 배 등 다른 운송수단이 커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배 이외의 다른 운송수단이 없었을 때 운하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동차와 철도와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한국 역시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쟁점②] 경부운하 530여㎞, 24시간 운행 가능한가?
"시속 15㎞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200m를 끌어올리려면 도크가 20개 필요하고, 수위를 1m 올리는 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30여분이 걸린다. 24시간 운행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엄청난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 (최근 경부운하 토론회에 참석한 한 학자의 주장에 대해)"

[쟁점③] 투자비의 50%, 골재판매비로 충당할 수 있는가?
"(경부운하 토론회에서 한 학자가 이런 주장을 펼쳤다고 말하자) 강 바닥에 금이라도 박혀있는가."

[쟁점④] 건설기간 4년, 가능한가?
"(역시 같은 경부운하 토론회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고 말하자) 171㎞ 규모 RMD 운하가 32년 걸렸다. 불가능한 일이다. 경부운하는 530여㎞라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독일처럼 평지도 아니고 국토의 70%가 산지인 나라에서 그게 가능할까."

"70만명 고용창출? 삽으로 퍼서 건설한다면야"

▲ '지구의 벗'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유럽 운하 지도
ⓒ 오마이뉴스 김병기
[쟁점⑤] 관광수입 기대할 수 있나?
"관광 수익을 올리는 곳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런데 그걸 생각하면서 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1억원을 들여 조그마한 정원을 짓는 것과 같다. 그 정원을 보고 몇 사람은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유람선 몇 대 띄우려고 그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나.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인공적인 운하보다 자연경관이 훌륭한 자연보호 구역으로 많이 관광을 다닌다."

[쟁점⑥] 70만 고용 창출, 가능한가?
"(이 전 시장은 경부운하 건설기간 4년동안 3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전망했고, 한 학자는 경부운하 토론회에서 70만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하자) 삽으로 퍼서 건설한다면 70만명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쟁점⑦] 운하 건설하면 수질 좋아지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배가 다니면 환경파괴는 당연한 것 아닌가. 독일에서도 그런 황당한 주장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 완전 거짓말이다."

(한 환경학자가 경부운하 관련 토론회에서 '배가 다니면 스크류가 계속 공기를 물 속으로 주입하기 때문에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하자) 선박에 주입되는 기름은 가장 질이 낮은 것이다. 그런 기름을 뿌리고 돌아다니는데 수질이 좋아질 리가 있나. 그리고 선박은 기차에 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배에 달한다."

[쟁점⑧] 친환경적인 운하, 가능한가?
"운하를 파면 콘크리트로 양쪽 강변을 막아야 한다.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국보다 평균 수량이 3배나 높은 독일의 경우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 또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강물의 앞과 뒤도 막아야 한다. 한국처럼 강수량의 편차가 큰 곳에 운하를 설치하려면 모든 강을 막아 호수가 되도록 해야 하고, 그러면 강물이 다 썩는다. 이건 인공재해다."

[쟁점⑨] 경부운하 건설에도 한강·낙동강을 식수원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나?
"독일의 식수원은 대부분 지하수다. 한국의 경우 배 사고가 나면 당연히 그 물을 마시지 못할 것이다. 물이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게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배가 다니게 하기 위해 갑문으로 물을 가두면 식수원 오염은 불가피한 것이다.

(일부 학자는 강변 여과수를 통해 식수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자)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당연히 물값도 오를 것이다. 베를린의 경우 강 바닥이 모래이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한국의 강바닥이 그런 지질인지는 모르겠다. 지질도 문제지만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이와 관련 박진섭 부소장은 "독일 등 유럽은 빙하기를 거친 상태여서 한국의 지질과는 다르다"면서 "한국의 강바닥 지질은 뻘처럼 입자가 미세해 강변여과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쟁점⑩] 운하와 홍수의 상관관계는?
"얼마 전에 엘베강에서 홍수가 났었고, 지난 2003년에는 400년만에 대홍수 사태가 터졌다. 드레스덴 지역의 셈퍼 오페라도 잠길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체코 쪽에서 배를 띄우려고 물을 가두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비가 와서 홍수를 피하기 위해 갑문을 열었고 하류인 드레스덴 지역이 물바다가 된 것이다. 완전히 운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지라도 운하가 없었다면 그 정도의 피해를 입었을까. 한국은 강수량의 기복이 심해서 항상 물을 가둬야 하고, 우기의 경우 항상 범람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도 된다."

한편 그는 "운하 이용료로 거둬들이는 돈은 건설비 등 투자비용의 10%도 안될 것"이라면서 "90%는 세금으로 메우고 있고, 배로 운송을 하게되면 배에 싣기 위해 도로나 철도를 이용하고, 배에 실은 뒤에 또 배에서 내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은 강이 계곡처럼 흐르는 등 강바닥이 아주 낮을 뿐만 아니라 지류도 없다"면서 "한국의 경우 배가 항시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수량을 조절하려면 지류로 물이 흘러가는 지점에 모두 갑문을 설치하거나 끊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작년에 연방수로국은 하벨강을 자연형 하천으로 돌리는 결정을 했고, 현재 복구가 진행 중"이라며 "작은 하천의 경우 자연형으로 되돌린 경우는 많다"고 덧붙였다.

"히틀러·스탈린도 경제성 없는 운하 계획했다"
독일 철도청이 '반운하 캠페인' 하는 까닭

▲ 독일 철도청의 반운하 캠페인 포스터.
ⓒ 오마이뉴스 김병기
이날 크라우스 씨와의 인터뷰는 저녁 식사 시간을 합쳐 5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운하의 물동량과 심각한 수질문제 등을 설명했고, 독일 철도청이 만든 커다란 포스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포스터에는 '화물 열차를 이용하면 아름다운 강 엘베가 살아남는다, 환경을 위한 철도'라고 적혀있었다. 철도청의 반운하 캠페인 광고 문구다.

그는 또 "EU는 2000년에 '강물 수질이 좋아져야 한다'는 것을 결의했고, 수질의 기준까지도 설정했다"면서 "각 국가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벌금까지 내야 하는데, 배가 다니는 강은 (지도를 가리키며)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수질이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가 다니는 강은 수질나쁜 '빨강'"

그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그 구간에 위치한 대구라는 도시의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이 전 시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독일에서도 운하를 건설할 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그 주장이 현실화됐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스탈린이 옛날에 수로를 만들어서 흑해물을 끌어다가 산업기지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심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171㎞인 RMD운하를 건설하는 데 32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운하 건설 당시 예정구간에 살던 지역주민들이 모두 소송을 걸었고, 70년대 말에 법원이 판결을 했다"면서 당시 선고문의 개략적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운하 건설자들은) 운하의 경제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결국 경제성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절반을 파버렸다. 결국 경제성은 없지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RMD운하는 건설됐다."

그렇다면 RMD 운하 건설은 누가 주장한 것일까. 크라우스 씨는 "50년대 국방장관을 지내고 바이에른 주지사였던 개발독재형 지도자 슈트라우스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당시 기독사회당 당수였던 그 사람이 '때려 죽어도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히틀러도 라인-엘베강을 잇는 운하 등 경제성도 없는 운하를 구 독일 땅인 폴란드 지역 등에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Kelly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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