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원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2&aid=0000038288

[인수위 중간결산 ②] '7% 성장'과 '한반도 대운하'의 덫에 빠지나

 [프레시안 송호균/기자]

   "이 정도일 줄은 우리도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기업인들의 공항 귀빈실 사용을 허용하고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등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1000여 명의 명단을 제출토록 요청한 일에 대한 기업인들의 기대섞인 반응이다.
 
  '친기업적(business friendly) 정부'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언처럼 8일까지 공식적인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마무리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각종 기업규제를 완화하고 특혜에 가까운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 천국 시대'의 개막이다.
 

  대기업 규제장치의 전면 무장해제

우선 인수위는 대기업 규제의 '마지막 안전판'이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로써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GS, 금호아시아나, 한진, 현대중공업 등 7개 그룹 25개 계열사가 출총제의 규제에서 풀려나게 됐다.
 
  재벌의 은행소유를 제한해 온 금산분리 원칙도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및 증여세, 법인세 인하도 추진될 예정이다. 지주회사 부채비율 규제도 완화된다.
 
  '대기업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인수위는 "사후적 감시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이 될 공산이 크다. 인수위는 국세청과 검찰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대폭 줄여야 한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수사를 통해 기업활동에 장애를 주는 일은 줄여야 한다"는 주문까지 곁들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만은"…'성장론'의 함정
 
  이러한 경제정책의 방향은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이명박 당선인 본인의 공언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단 파이부터 키워놓고 보자"는 인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학회'의 성극제 교수(경희대)는 "규제개혁과 관련해 과감한 혁신과 글로벌스탠더드의 도입 등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실제 국제통상에서는 규제의 수준보다는 투명성 제고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장의 투명성을 그나마 유지해 온 각종 규제장치를 해체하는 것은 이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해 온 '경제성장'에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대'도 성명에서 "인수위는 출총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보완사항은 추후에 논의한다'며 사실상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면서 "바로 이 점이 이명박 정부가 '친시장' 정부가 아니라 '친재벌' 정부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서민가계' 문제는 처삼촌 묘 벌초하듯?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승리와 함께 강남 등 일부지역의 집값이 들썩이자 종부세-양도세 완화 등의 조치에 대해 "시장의 상황을 봐가면서 추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정권 초반 금리인하 등 무리한 경기부양책을 쓰지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당선인은 8일 국회에서 각 정당의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재정을 동원한 인위적 경기부양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무리한 수단이 동원될 수 있음은 늘 지적되는 문제다. 재경부는 업무보고에서 '4%대 후반'이라고 내다봤고 국제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이코노미닷컴'도 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747 공약' 이행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올해는 어렵다"고 인정했음에도 '7% 경제성장'에 근접하기 위해 정권 초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구사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인수위 측은 유류세 인하나 통신비 인하 등을 서민가계 대책으로 나놨다. 일단 700만 명에 달하는 금융소외자에 대한 신용회복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대로, 우선 300만 명 규모의 금융채무불이행자를 구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인수위가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내놓고 있는 '화끈한 조치'와 비교하면 구색맞추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그마저도 졸속성 대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예컨대 인수위는 신용회복 조치와 관련해 부채 탕감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을 예고했다가 하루 만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10조 원 재정투입이나 부채 원금탕감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세제가 아닌 대출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오히려 주택마련을 위한 서민가계의 돈줄이 막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칫하면 부동산 폭등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서 종부세-양도세 인하 문제를 유예시켰지만, 이는 말 그대로 '유예'일 뿐이다.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서도 해당 기업들의 반발을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보여주기식' 국가운영의 끝은…
 
  대운하 사업에 대한 논란도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수위가 대운하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이를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의 예산이 아니라 민자를 유치해 추진하겠다"는 이 당선인 본인의 입장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여론수렴'과 관련해선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이재오 상임고문 사이에 이견마저 분출됐다.
 
  '7% 성장'과 '한반도 대운하'는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실현 가능성과 그 부작용에 대한 고려보다 '성과에 대한 기대심리'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일각에서는 "대운하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7% 성장을 달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인수위는 그 동안의 활동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성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청계천 효과'를 재현하려는 대운하 공약을 각각 양손에 쥔 채 '친기업 행보'로 달려가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청사진이 그것이다.
 
  그러나 퇴로도 없이 제시된 '장밋빛 환상'에 스스로를 옭아 맨 정치 지도자의 실패담은 선례가 많다. 자칫하면 '한건주의의 덫' 속에서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송호균/기자 (uknow@pressian.com)

Posted by Kelly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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