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권에 걸쳐 일대 접전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 06/07 시즌 라 리가의 순위 레이스를 정교하게 예측해 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각 팀들 간의 순위다툼 양상이 '무질서를 바탕으로 한 혼전'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질서와 체계가 잡혀 있는 접전'이란 점에서 전반적이고 대체적인 구도를 파악하기에는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다.
올 시즌 라 리가의 판도는 각종 언론, 전문가, 도박사들이 내놓은 프리뷰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초 유럽 무대 진출권으로 분류되었던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 세비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라고사 등이 고스란히 1~6위권에서 박빙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포르티보와 비야레알 등 역시 '유럽 무대 가시권'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3월 일정은 시기적으로 시즌 중반부의 고개를 넘어 후반부의 길목으로 돌입하는 타이밍에 진행될 뿐 아니라, 전체적인 순위 다툼의 윤곽을 보다 뚜렷하게 만들 수 있는 빅경기들이 다수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실로 크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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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리그 3연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경우 25~26라운드 일정을 통해 우승 경쟁자들인 세비야, 레알 마드리드를 연거푸 상대해야 하는 버거운 입장에 놓여져 있다. 여기에 사라고사와의 코파 델 레이 8강 2차전, 리버풀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일정이 겹쳐들어 바르셀로나의 3월 스케줄은 공포의 4연전(사라고사-세비야-리버풀-레알)으로 장식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림: 위기 아니면 기회? 3월 들어 매우 중요한 경기들을 치러내야 하는 바르셀로나.]변함 없이 '트리플 크라운'을 올 시즌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는 바르셀로나이긴 하지만 홈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0-1로 패배, 적지 않은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 하는 사라고사와의 코파 델 레이 8강 2차전은 이미 바르샤 측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코파 델 레이에 최소한의 힘을 들이는 대신 세비야, 리버풀, 레알과의 경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르셀로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편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가 서로 얽히고 섥히는 사이 발렌시아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을만한 3월 일정을 맞이한다. 셀타(홈)-오사수나(원정)-라싱(홈)으로 이어지는 일정이 크게 어렵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동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왔던 비센테, 바라하, 에두, 델 오르노 등이 모두 3월내에 '풀가동'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호아킨이 최근 들어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발렌시아의 3월 전망을 밝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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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탐탐 UEFA컵 존에서 챔피언스 리그 존으로의 도약을 엿보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40/5위)와 사라고사(승점 39/6위)의 3월 행보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두 팀은 승점 43점을 마크 중인 발렌시아, 레알 마드리드와 지속적으로 근소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어 언제든지 4위권으로의 '점프'가 가능한 상황. 이와 반대로 레크레아티보(승점 37/7위), 헤타페(승점 36/8위), 에스파뇰(승점 35/9위) 등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아 두 팀 모두 긴장감 넘치는 3월을 보낼 것이 유력해 보인다.
[그림: 아틀레티코와 사라고사, 3월 18일 27라운드에서 격돌.]24라운드에서 나란히 승점 3점을 챙기며 중·상위권 팀들과의 격차를 좁히는데 성공한 데포르티보와 비야레알의 3월 활약여부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팀은 올 시즌 유럽 무대 진출을 목표로 설정해놓았음에도 불구,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감독과 팀내 스타들 간의 불화, 확실한 골잡이의 부재라는 공통된 문제점에 시달리며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06/07 시즌을 보내 왔다.
사실상 7~8위권을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는 데포르티보(승점 33/11위)와 비야레알(승점 32/12위)은 얼마 전 인터토토컵 참가 신청서를 공식적으로 제출, 유럽 무대로 복귀하기 위한 의지를 변함 없이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6위 사라고사(승점 39)와의 격차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레크레아티보(승점 37/7위), 헤타페(승점 36/8위), 에스파뇰(승점 35/9위) 등과는 충분히 박빙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포르티보의 경우 코파 델 레이 우승을 통한 UEFA컵 진출권 획득에도 남다른 동기를 부여받고 있다. 데포르티보에게 있어 코파 델 레이 우승은 근 5년만에 획득하는 타이틀인 동시에 UEFA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목표임이 틀림 없기 때문. 데포르티보는 지난 8강 1차전에서 바야돌리드를 4-1로 완파, 사실상 준결승 행 열차에 탑승해 있다.
비야레알, 데포르티보와 대조적으로 꿈만같은 06/07 시즌을 보내고 있는 레크레아티보와 헤타페의 돌풍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여부도 3월 레이스의 흥미로운 볼거리 중 하나다. 레크레아티보(아틀레티코/홈, 헤타페/원정, 바르셀로나/홈)와 헤타페(레알/원정, 레크레아티보/홈, 데포르티보/원정) 모두 3월 일정이 녹록치 않아 25~27라운드에 이르러 한 차례 고비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하위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잔류 다툼 역시 팬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9위 소시에다드(승점 14)와 20위 힘나스틱(승점 14)의 경우 강등이 확정단계로 접어들고 있지만 14~18위까지의 5팀 - 베티스(승점 27), 레반테(승점 27), 셀타(승점 26), 마요르카(승점 26), 빌바오(승점 25) - 은 승점 2점이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 사커라인 이형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