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원본: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099

보수·경제지들은 끊임없이 감세와 복지정책 축소를 주문해 왔다. 과도한 세금 부담이 기업의 경쟁력과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5일 매일경제 4면에 실린 <성장 잠재력 키울 세금 감면한다더니…> 역시 궤변과 억지 논리로 일관돼 있다.

매경은 "올해 총 국세 감면 규모는 22조7083억원인데 이 가운데 12조182억원이 근로자와 농어민 등 개인 납세자에 대한 환급분"이라면서 "비중으로는 전체 감면 금액의 52.9%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매경은 이어 "성장 잠재력 확충 등 경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세금 감면 규모는 지난해 7조2429억원에서 올해 6조6994억원으로 뒷걸음쳤다"면서 "전체 세금 감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5%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매경의 기사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단 "올해 깎아준 세금의 53%가 서민용"이라는 부제부터 터무니없다. 매경은 이 53%가 "근로자와 농어민 등 개인 납세자에 대한 환급분"이라고 밝혔으면서도 이를 "서민용"이라고 규정한다. 서민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기업에게는 인색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서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라면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기꺼이 환영해야겠지만 실제로는 매경은 이를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실제로 서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상황도 아니다.

   
  ▲ 매일경제 12월5일 4면  
 
매경은 비과세와 소득공제 등 세금 감면 혜택의 상당 부분이 고소득 급여 생활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가뜩이나 올해 4월 소득세 과표 구간을 조정하면서 연봉 3천만원 이하 노동자는 추가 감세 혜택이 전혀 없다는 사실 역시 빠뜨리고 있다. 애초에 서민을 위한 감세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200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개인 소득세 비중은 3.4%,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나라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평균은 9.1%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면 간접세를 줄이고 소득세를 늘려야 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세부담률도 20.4%로 OECD 평균 37.6%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세금 감면으로 경쟁력을 확충하자는 발상도 문제가 많다. 매경은 익명의 세제 전문가의 말을 인용, "감면 항목 중 규모가 줄어든 것 대부분이 기업에 관련된 것이라는 게 문제"라며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규정이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경이 왜 굳이 익명의 전문가를 동원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전문가의 주장은 근거도 없고 방향도 틀렸다. 감면 금액이 가장 크게 줄어든 민자 SOC 시설 부가세는 애초에 민자 SOC 사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연구·인력개발비 세액 공제 역시 R&D 비용이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감면 혜택을 인위적으로 줄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역시 2003년 6월말까지만 적용되던 조세특례였는데 경기부양 등을 이유로 계속 연장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도 매경은 감면 규모가 줄었다는 이유로 감면 혜택이 부족하다는 타령을 한다. 매경은 "일각에선 규정 정비가 실제 성장동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는다"고 전했다.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파격적인 감세 혜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작 기업들 세금을 깎아주고 나면 부족한 세수는 어디에서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진보진영에서는 오히려 불합리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윤종훈 회계사 등은 불합리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할 경우 연간 9조원 가량의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조세 투명성을 확보, 탈세 규모를 줄일 경우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3~4% 포인트 가량 추가 세수 증대도 가능하다. 윤 회계사는 조세 개혁을 위해 저소득 계층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게 벌면 적게 내고 많이 벌면 많이 내는 구조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무턱대고 감면을 할 게 아니라 공평한 과세와 적극적인 복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매경은 철저하게 기업의 입장에서 세금을 깎기 위해 막무가내식 억지를 부리고 있다. 매경은 조세 형평성이나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 소득 재분배와 양극화 해소 등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다만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해 무작정 그들의 세금을 깎아 달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Posted by Kelly C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