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연예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3.15 김아중의 <마리아>가 터졌단 말이야!

<미녀는 괴로워>가 한국영화 역대 10위를 차지하는 동안 온라인 음악은 김아중의 <마리아>가 지배했다. <미녀는 괴로워> OST에 수록된 <마리아>는 개봉 이후 한달간 온라인 음악차트 1위를 고수했다. 김아중 버전의 <마리아>가 벌어들인 수익을 논하기에 앞서 원곡인 블론디의 <마리아>가 벌어들인 수익부터 살펴보자. 국내판권 소유자인 소니BMG는 “<미녀는 괴로워> 개봉전에는 0원이던 블론디의 <마리아> 디지털 음원 매출이 현재 약 2000만원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한다. 이쯤되면 김아중표 <마리아>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이 된다.

<미녀는 괴로워>의 제작사 KM컬쳐는 “현재까지 OST로부터 나온 확정된 매출이 8~9억원대, 최종적으로는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인가수 음반 한장의 제작비가 8천만원에서 1억원, OST 제작비가 5천~6천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미녀는 괴로워>OST의 성공은 경이적이다. <마리아>는 <미녀는 괴로워>OST의 음원사업에서 핵심적인 곡이다. 전체 매출에서 <마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이며, <별>과 <뷰티풀 걸>을 포함한 나머지가 20%다. <마리아>의 성공은 음악산업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 영화음악의 수익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래방, 술집, 식당, 어디를 가도 <마리아>”
<마리아>의 성공은 불모지에 쏟아진 소나기다. 영화사건 음악감독이건 가급적이면 OST를 만들지 않으려는 최근 충무로 분위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시네마서비스의 이원우 실장은 “오죽하면 음악감독님이 OST를 안 내려고 하겠냐. <아라한 장풍대작전> 같은 흥행작도 OST를 안 냈다”고 말했다. 한재덕 음악감독이 만든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OST는 DVD가 출시될 때 부가적으로 만들어졌다. OST와 디지털음원으로 대표되는 영화음악의 부가판권은 업계 담당자들이 많이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다. 정산 내역에는 들어가지만 그 액수는 고작 수십, 수백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호 감독의 <사생결단>의 OST는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다. 리쌍이 부르고 주연배우 류승범과 황정민이 피처링한 <누구를 위한 삶인가>는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생결단>의 영화음악이 영화사에 벌어준 돈은 수천만원대에 머물렀다. <마리아>로 대박을 터트린 <미녀는 괴로워>도 OST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 KM컬쳐 음악본부장 조신혁 이사는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저조한 수치”라고 전했다. OST가 1만장 팔리면 7~8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거둔다. 한마디로 연간 7~80편의 한국영화 OST 중 수익을 거두는 음반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결국, 현재 한국영화시장에서 OST는 부가판권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알리는 마케팅 수단에 가깝다.

모바일 시장이 OST의 주 시장
성공한 영화음악이 수익을 거두는 원천은 모바일과 온라인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음악시장이다. 문화컨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오프라인 음악시장은 1087억원, 온라인 음악시장 매출 규모는 2621억원이다.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3배에 이르렀고,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한마디로 음악을 소비하는 형태가 변한 것이다. “관객들이 즉흥적 구매에 익숙해져 있다는 의미다. <미녀는 괴로워>의 성공도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서 다운로드를 받는 풍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조신혁 이사는 말했다.

그렇다면 대성공한 <마리아>의 제작비용은 얼마일까. KM컬쳐 측에 따르면, 블론디가 부른 원곡 <마리아>의 저작권 구입비용이 2만 달러 가까이 들었다. 아시아지역까지 사용하는 조건이다. 조 이사의 말처럼 “한국영화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5~6년 전 2~ 3천 달러에 구입할 수 있던 음악이 지금은 7~ 8천 달러은 지불해야 계약가능한 상황”이다. 판권료는 오르고, 음반시장은 얼어붙는 이중고에 놓인 것. <홀리데이>에 삽입된 비지스의 <홀리데이>는 최근 한국영화 음악 중에서는 최고가의 저작권료를 지불했다고 알려졌다. 저작권료에 일상적인 OST 제작비를 대입하면 <미녀는 괴로워>의 OST제작비는 1억원을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거의 20배의 수익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계산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600만에 가까워진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수익을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배분하듯이, 디지털 음악시장 중심으로 성공한 <마리아>도 수익분배의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미녀를 괴로워>를 히트시켰고 <마리아>를 만든 영화사의 지분은 24.5%에 불과하다. 네트워크나 플랫폼을 제공한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업체가 나머지를 가진다. 이통사는 통상 매출의 47%를 가져가고, 나머지 비용은 영화사와 이통사 사이의 업체와 부가비용을 제외된다. 20억원 매출을 기록해도 영화사가 가져가는 금액은 5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니 일부 매체에서 얘기하는 "<마리아>의 대박"의 영광은 이동통신사의 몫인 셈이다.

진짜 '대박'을 낸 건 영화사가 아니라 이동통신사
컨텐츠를 생산하는 음악감독과 영화사 관계자들은 이러한 관행이 영화음악, 더 넓게는 음악산업을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KM컬쳐 조신혁 이사는 “우리보다 저작권이나 부가판권 부문이 뒤떨어졌다고 평가하는 중국에서도 통신사, 망 사업자들은 10% 이상 컨텐츠에 의한 매출비용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정해놓았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마리아>를 다운로드받는 유저들을 통해 통화료를 버는 동시에, 컨텐츠로 파생되는 정보제공료의 대부분을 챙기는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통신사가 과도한 수익을 누리는 동안 컨텐츠를 만든 영화사, 음반사는 점차 영화와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기형적인 수익구조가 문화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한국영화OST 역대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한 <접속>의 프로듀서였던 보경사 심보경 대표는 “영화음악의 음원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영화판권도 이러한 기형적 수익배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 관계자의 말처럼 “맛있는 음식이 사라진 곳을 누구도 식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좋은 컨텐츠가 만들어는 최소조건은 창작자가 굶어죽지 않는 것”이다.

(글) 김수경 lyresto@cine21.com

Posted by Kelly Cook
,